[항암]
간암, 한약치료 일찍 시작할수록 더욱 큰 혜택 확인 — 실제 진료기록 1,002명, 생존기간이 두 배 이상 길어진 이유
한약치료를 더 일찍 시작하고 꾸준히 이어간 간암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사망 위험이 76%까지 낮았고, 생존기간 중앙값이 21.7개월에서 51.5개월로 두 배 이상 길어졌습니다. 이 효과는 초기부터 진행된 병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나타났습니다.
시리즈로 연재중인 '항암 한약 논문'에서 다루는 연구들의 결론은 반복해서 같은 곳을 향하고 있습니다. 표준치료에 한약치료가 추가되면 더 오래 산다는 점입니다. 그간 소개한 연구들이 '꾸준히 복용할 때 효과가 좋다'는 주제를 주로 다루었다면, 오늘의 주제는 한약 투약을 '언제' 시작하고 '얼마나' 이어가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입니다.
원발성 간암(原發性 肝癌, primary liver cancer)은 전 세계 암 사망 원인 2위이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에서 특히 흔합니다. 대부분 간경변(肝硬變, liver cirrhosis)을 바탕으로 생기기 때문에 종양 자체뿐 아니라 간 기능과 환자의 전신 상태가 예후를 함께 좌우합니다. 5년 생존율이 12% 안팎에 머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수술과 간이식, 고주파열치료, 경동맥화학색전술(transarterial chemoembolization, TACE), 그리고 최근의 표적치료에 이르기까지 표준치료는 계속 발전해 왔습니다. 한약치료도 그에 발맞추어 여러 연구를 통해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해 왔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한약의 효과' 측면을 복용 시기의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한약은 언제부터 복용하는 것이 좋을까요?
1,002명의 실제 진료기록이 말해 준 것
2023년 국제학술지 《Heliyon》에 실린 이 연구는 상하이 창하이병원에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치료받은 간암 환자 1,002명의 실제 진료기록을 분석한 대규모 실제임상연구(real-world study)입니다. 환자들은 해독과립(解毒顆粒, Jiedu Granule)을 기반으로 한 한약과 보존치료를 함께 받았습니다.
연구진은 '한약 치료 비율'이라는 새로운 지표를 도입했습니다. 전체 치료 기간 가운데 한약을 복용한 기간이 차지하는 비율로, 이 값이 높다는 것은 곧 한약을 발병에 가깝게 일찍 시작해 오래 이어갔다는 뜻입니다. 여러 예후 인자를 함께 보정한 결과, 이 비율이 높은 환자는 낮은 환자보다 사망 위험이 약 76% 낮았습니다(상대위험도 0.24).
다만 오래 생존한 환자일수록 한약 복용 기간도 자연히 길어질 수 있어, 이 효과가 부풀려질 여지가 있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걷어내기 위해 성향점수매칭(propensity score matching, PSM)으로 두 군의 나이·병기·간 기능·종양 조건 등을 정교하게 맞춘 뒤 다시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에서도 한약을 일찍·오래 복용한 군의 생존기간 중앙값은 51.5개월로, 그렇지 않은 군의 21.7개월보다 두 배 이상 길었습니다. 5년 생존율 역시 45.9% 대 17.0%로 뚜렷하게 갈렸습니다.
어느 병기든, 일찍 시작한 쪽이 더 오래 살았습니다
이 연구는 간암을 초기(BCLC-A)·중기(BCLC-B)·진행기(BCLC-C)로 나눠 각각 살폈습니다. 성향점수매칭 후 생존기간 중앙값을 비교하면, 초기에서는 한약을 일찍·오래 복용한 군이 134.5개월로 그렇지 않은 군(40.8개월)을 크게 앞섰고, 중기에서는 52.9개월 대 23.7개월, 진행기에서도 17.4개월 대 10.8개월로 모든 단계에서 앞섰습니다.
사망 위험으로 환산하면 초기에서 96%, 중기에서 81%, 진행기에서 51%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초기일수록 격차가 컸지만, 가장 진행된 단계에서도 이점이 분명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미 진행된 간암이라도 한약을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때는 없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한약복용을 하루라도 더 빨리 시작하고, 하루라도 더 길게 복용하는 것이 효과적
이 연구에 쓰인 해독과립은 石見穿(Salvia chinensis), 山慈菇(Cremastra appendiculata), 雞內金(Gallus gallus domesticus) 등으로 구성되어, 열과 독을 풀어 주는 청열해독(淸熱解毒)의 성격을 지닌 처방입니다. 그러나 이 연구가 전하는 핵심은 특정 처방 하나의 위력이 아니라 '시간'입니다.
한약을 진단 초기부터 꾸준히 이어가면, 수술·색전술·표적치료가 남기는 피로와 소화장애, 간 기능 저하 같은 부담을 완화하며 환자가 표준치료를 끝까지 완주하도록 돕습니다. 암세포를 제어하되 인체 본연의 항병력을 함께 끌어올리는 부정거사(扶正祛邪)의 전략은, 가급적 빨리 시작해서 가급적 오래 이어질 때 비로소 생존율 향상이라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한약의 혜택, 미루지 마세요
이 연구가 주는 교훈은 분명합니다. 한약은 '언젠가 여유가 될 때 더해 보는 선택지'가 아니라, 가급적 빨리 그리고 오래 이어갈수록 생존에 보탬이 되는 치료라는 것입니다. 간암으로 치료 중이거나 치료를 앞두고 있다면, 전문의 한의사와 충분히 상의하여 지금 시작할 수 있는 한약 처방을 꾸준히 이어가 보시기를 권하며 글을 마칩니다.
* '한약 치료 비율'과 편향 보정에 대하여 전체 치료 기간 중 한약을 복용한 기간의 비율이 높다는 것은, 한약을 더 일찍 시작해 더 오래 이어갔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오래 생존한 환자일수록 한약을 복용할 시간도 길어지기 때문에, 이 지표만으로는 한약의 효과가 실제보다 커 보일 수 있습니다(생존해 있던 사람에게 유리하게 계산되는 착시). 연구진은 이 편향을 줄이기 위해 성향점수매칭으로 두 비교군의 나이·병기·간 기능·종양 특성 등을 통계적으로 맞춘 뒤 다시 분석했고, 그 뒤에도 생존기간의 차이가 유지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연구는 한 기관의 후향적 관찰연구이므로, 결과를 인과관계로 단정하기보다 근거의 하나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본 칼럼은 아래 논문을 바탕으로 한 일반 건강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인용한 수치는 원 논문의 값이며, 후향적 관찰연구의 결과로 인과관계를 단정하지 않습니다. 개별 치료 방침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참고문헌: Cheng S, Zhao H, Meng Y, Guo Y, Yao M, Xu X, Zhai X, Ling C. Impact of treatment-duration-ratio of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on survival period of primary liver cancer — A real-world study. Heliyon. 2023;8(1):e12358. doi:10.1016/j.heliyon.2022.e1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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