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폐암] 진행성 폐암 항암치료에 한약치료를 더하면 — 삶의 질은 높이고 항암 부작용은 낮춘다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68명을 무작위로 나눠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에 한약치료를 병행한 환자는 삶의 질이 유의하게 높았고, 항암치료로 인한 혈소판감소 발생이 28.1%에서 2.8%로 크게 낮아졌다. 종양이 줄어든 비율에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병행군은 예정된 항암치료를 100% 완주했다.
폐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앞둔 분들은 항상 치료를 끝까지 견뎌낼 수 있을지 두려워한다. 오늘은 그런 분들께 도움이 될 만한 한 편의 무작위대조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 RCT)을 살펴보자.
앞의 칼럼들을 읽어온 분들은 이젠 글을 읽어보지 않아도 결론이 예상될 것이다. 이미 여러 항암 한약 연구를 통해 반복 확인해 왔듯이, 이번 연구도 같은 경로를 보인다.
68명을 무작위로 나눠, 삶의 질을 1차 지표로 삼다
2021년 국제 학술지 메디슨(Medicine)에 실린 이 연구는, 3기A부터 4기에 이르는 진행성 비소세포폐암(non-small cell lung cancer, NSCLC) 환자 68명을 무작위로 두 군으로 나눴다. 한 군(36명)은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platinum-based chemotherapy)에 한약치료 — 강애주사액(康艾注射液, Kang Ai injection)과 탕약, 경구 한약 — 를 병행했고, 다른 군(32명)은 같은 항암화학요법만 받았다. 두 군이 받은 항암화학요법은 동일했으며, 연구진이 처음부터 끝까지 확인한 1차 지표는 종양 크기가 아니라 '환자가 느끼는 삶의 질'이었다.
삶의 질이 유의하게 높아졌다
삶의 질(quality of life, QoL)은 폐암 환자용으로 표준화된 설문(FACT-L)으로 측정했다. 항암 2주기 시점에서, 한약치료 병행군의 삶의 질 총점은 항암 단독군보다 뚜렷하게 높았다(P<0.001). 세부 영역으로 나눠 보면 정서적 안녕(P<0.001), 기능적 안녕(P=0.003), 사회적 안녕(P=0.015)이 모두 병행군에서 더 좋았다. 한약치료가 추가된 환자는 항암치료를 더 견딜 만했다는 의미이다.
혈소판감소는 열에 셋에서 서른에 하나로
부작용에서 차이는 더 선명했다. 항암화학요법의 대표적 부담인 혈소판감소(thrombocytopenia)는, 항암 2주기 시점에서 항암 단독군의 28.13%에서 나타난 반면 한약치료 병행군에서는 2.78%에 그쳤다(P=0.003). 열 명 중 세 명 가까이 겪던 혈소판감소가 서른 명 중 한 명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그 결과 병행군은 예정된 항암치료를 100% 완주한 반면, 단독군의 완주율은 94.1%였다.
종양 크기는 어땠을까 — 정직하게 보기
그렇다면 종양 자체는 어땠을까. 종양이 줄거나 더 커지지 않고 조절된 비율인 질병조절률(disease control rate, DCR)은 병행군 86.1%로 단독군 75.0%보다 높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아니었다(종양이 실제로 줄어든 반응률도 각각 22.2% 대 25.0%로 유의차 없음). 다시 말해 이 연구에서 한약치료의 힘은 '종양을 더 줄이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그 치료를 더 잘 견디고 완주하게 하는 것'에 있었다. 과장 없이 역할을 정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처방 속 지혜 — 부정거사
주목할 점은, 병행에 쓰인 한약이 암세포를 직접 겨냥하는 처방이 아니라는 것이다. 강애주사액을 비롯한 처방들은 기력과 면역을 북돋우고 항암치료로 손상된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인체 본연의 항병력을 세워 몸이 스스로 치료를 감당하도록 돕는 부정거사(扶正祛邪)의 전략이 여기서도 다시 확인된다. 한약치료가 효과적인 이유는, 종양과 정면으로 맞서기 이전에 그 싸움을 끝까지 치를 수 있는 '체력'을 지켜내기 때문이다.
글을 마무리하며
이 연구는 68명을 대상으로 한 비교적 작은 규모의 임상시험이고, 눈가림 없이 진행된 공개시험이라는 한계를 지닌다. 종양 축소나 생존 연장을 입증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환자를 무작위로 나눠 확인한 결과가 앞선 대규모 관찰연구들과 같은 방향 — 삶의 질을 높이고 부작용을 낮춘다 — 을 가리킨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한약치료는 표준치료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치료를 끝까지 완주하도록 곁에서 지지하는 것이다. 폐암으로 항암치료 중이거나 이를 앞두고 있다면, 전문의 한의사와 충분히 상의하여 자신에게 맞는 한약치료를 함께 이어가 보시기를 권하며 글을 마친다.
참고문헌
Xiao Z, Chen Z, Han R, Lu L, Li Z, Lin J, Hu L, Huang X, Lin L. Comprehensive TCM treatments combined with chemotherapy for advanced non-small cell lung cancer: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Medicine (Baltimore). 2021;100(18):e25690. doi:10.1097/MD.0000000000025690
본 칼럼은 위 논문을 바탕으로 한 일반 건강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인용한 수치는 원 논문의 값입니다. 이 연구는 68명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공개(비눈가림) 무작위대조시험으로, 종양 축소나 생존 연장을 입증한 것이 아니라 삶의 질 향상과 항암 부작용 감소를 확인한 결과이며, 이를 일반화할 때는 규모의 한계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개별 치료 방침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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